검은 꽃 - 장석원 결국 여기에서 피어난다 우리의 형벌을 짊어지고 떠난 자들 망각에 깨물린 저들의 울음에 점령된다 몸이 찢어지자 필라멘트처럼 어제가 재연된다 그들은 스스로를 처단하여 구원을 실현했다 입 벌어져 있는 꽃들 학살 후의 시체들 누구인가 왜 이 어둠과 싸우고 있는가 한밤의 폭포처럼 찢어진 공간을 깁고 있는 검은 육체들 우리가 매장한 꽃 고통받는 자 앞에서 우는 자의 무릎 아래에서 부끄러움도 후회도 모르고 피어나는 꽃처럼 나는 왜 아플까 이곳은 어디일까 오늘 다시 어두워지고 더 아파진다 해도 나는 돌아설 수도 울 수도 주저앉을 수도 없다 저 깊은 곳의 붉은 울음 다시 내걸린다 하지의 태양이 내려온다 그들의 시신이 버려져 있다 사랑이 끝난 후에 세계는 패망한다 신념의 꽃 육체라는 거품 다시 시작하지 않겠다 꽃잎이 젖고 있다 그들은 곧 돌아올 것이다 바람 속에 그들의 얼굴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