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라는 말 - 이대흠 어머니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입이 울리고 코가 울리고 머리가 울리고 이내 가슴속에서 낮은 종소리가 울려나온다 어머니라는 말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웅웅거리는 종소리 온 몸을 물들이고 어와 머 사이 머와 니 사이 어머니의 굵은 주름살 같은 그 말의 사이에 따스함이라든가 한없음이라든가 이런 말들이 고랑고랑 이랑이랑 어머니라는 말을 나직히 발음해보면 입속에서 잔잔한 물결이 일고 웅얼웅얼 생기는 파문을 따라 보고픔이나 그리움 같은 게 고요고요 번진다 어머니라는 말을 또 혀로 굴리다보면 물결소리 출렁출렁 너울거리고 맘속 깊은 바람에 파도가 인다 그렇게 출렁대는 파도소리 아래엔 멸치도 갈치도 무락무럭 자라는 바다의 깊은 속내 어머니라는 말 어머니라는 그 바다 깊은 속에는 성난 마음 녹이는 물의 숨결 들어 있고 모난 마음 다듬어주는 매운 파도의 외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