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처럼 귀를 세우고
대문에도 마당에도 전화기에도 나는 걸려있다
대낮에 어둠 속을 헤엄치고 있다
미끄러지고 있다
전화기가 입을 열 때마다 뛰어가 보면
지나가는 바람일 뿐
긴 꼬리를 끌고 넘어가던 해가
뒷걸음질치다가 벼랑으로 떨어졌다
마음이 똑각 부러졌다
절뚝이며 기어오르는 언덕에서
내가 나에게 길을 묻는다
눈을 감고
저 하늘 호수에다 이 달궈진 가슴 꺼내 던지니
피시식 번져오는 수증기
목이 마르다
한 겹 녹은 벗겨지고
어디선가 마른 목소리
잿빛 궝 한 마리가 겨을를 쪼고 있다
겨울은 꼼작도 않는데
그 작은 부리로 언 가슴을 쪼고 있다
자꾸자꾸 쪼고 있다
그 소리소리 밀물로 차올라 이제 나는
섬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