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그 흰 몸에 길이 생긴다 - 김영자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갔다 이른 아침 자작나무가 팽팽한 햇살을 당기며 종이 한 장의 흰빛과 매미 울음 함께 내리고 있는 것을 살아 온 허물이 집인 것을 자작나무 가지 그 푸른 열매 속에 꽃들의 집이 있는 줄은 지상의 모든 집들을 꼭 껴안고 있는 줄은 아무도 알지 못하고 돌아갔다 가을에 익을 씨앗들이 물길을 닫고 잎 그늘 접으면서 감꽃빛 정갈한 몸을 담고 있는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별의 잎새 무더기로 떨어지고 셀 수 없는 정갈한 몸들이 간격도 없이 내려온다 자작나무 그 흰 몸에 길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