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을 눈으로 클릭하자
정지된 화면이 빛의 속도로 되감기 시작한다
조각 필름이 이어지며
만화경처럼 천변만화하는 풍경들
붉은 털모자, 붉은 장갑을 낀
다섯살 꼬마아이가 흰눈을 흠뻑 뒤집어쓴 채
길을 잃고 산길에 혼자 서 있다
두려움에 아이의 눈이 커다랗게 클로즈업되지만
눈망울엔 흰 눈밖에 보이지 않는다
밤이 되도록 눈사람이 되어 있던 그 아이가
저기, 그 모습 그대로
아직 눈물도 지워지지 않은 채,
작은 묘목으로 남아 있다
어둠 속 뿌리에서
잎새의 눈금, 나무의 모양과 빛깔이 커 오른다
그랬구나,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 채
문어다리의 흡반처럼 내 심장에 달라붙어
가슴이 아프도록 나를 빨아대던 저 묘목의 뿌리,
나는 이제야 사진 속, 내 안의 아이에게
따듯한 손을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