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에 마음공부 하듯이 정성을 다해
공책에 가득 열정 두 글자를 쓰며 더위를 식혔다
한 자 한 자 쓰고 또 쓰다가
뜨겁게 달아 오른 땅 위에도 쓰고 평상 위에도 쓰고
손바닥에 써 놓고는 물이 고인 듯 혀로 핥았다
손가락으로 찍어서 눈에도 바르고 귓구멍도 닦아냈다
가슴에 성호를 그으니 열기로 들뜬 마음이 가라앉는다
도산서원 우물을 찾아가
그 이름, 두 글자만 탁본을 떠 온 열정洌井,
물 맛은 보지 못했어도.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매서운 추위에도 얼지 않고
늘 그만큼의 깊이라는 우물물은
도산서원 매화나무를 키운
젖줄이 아니던가
열정熱情 또한 순간에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라
영원히 얼거나 식지 않는
퇴계 이황의 매화 사랑법이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