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그때의 빛이여. 빛 주위로 뭉치는 어둠이여, 서편하늘
가득 실신한 청동의 구름이여. 목책 안으로 툭툭 떨어져내리던
무엄한 새들이여. 쓴 물 밖으로 소스라치며 튀어나오던 미친
꽃들이여.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질투심에 휩싸여 너희들을
기다리리. 내 속의 모든 움직임이 그치고 탐욕을 향한 덩굴손에서
방황의 물기가 빠질 때까지.
밤은 그렇게 왔다. 포도압착실 앞 커다란 등받이의자에 붙어
한 잎 식물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둠은 화염처럼 고요해지고
언제나 내 눈물을 불러내는 저 깊은 공중(空中)들.
기억하느냐, 그 해 가을 그 낯선 저녁 옻나무 그림자 속을
홀연히 그 머나먼 주인의 임종. 종자(從者)여, 네가 격정을
사로잡지 못하여 죽음을 환난과 비교한다면 침묵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네가 울리는 낮은 종소리는 어찌 저 놀라운 노을을
설명할 수 있겠느냐? 저 공중의 욕망은 어둠을 지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종교는 아직 지상에서 헤맨다. 묻지 말라, 이곳에서 너희가
완전히 불행해질 수 없는 이유는 신(神)이 우리에게 괴로워할 권리를
스스로 사들이는 법을 아름다움이라 가르쳤기 때문이다.
밤은 그렇게 왔다. 비로소 너희가 전 생애의 쾌락을 슬픔에 걸 듯이
믿음은 부재(不在)속에서 싹트고 다시 그 믿음은 부재의 씨방 속으로
돌아가 영원히 쉴 것이니, 골짜기는 정적에 싸이고 우리가 그 정적을
사모하듯이 어찌 비밀을 숭배하는 무리가 많지 않으랴.
밤은 그렇게 노여움을 가장한 모습으로 찾아와 어두운 실내의 램프불을
돋우고 우리의 후회들로 빚어진 주인의 말씀은 정신의 헛된 식욕처럼 아
름답다. 듣느냐, 이세상 끝간 곳엔 한 자락 바람도 일지
않았더라. 어떠한 슬픔도 그 끝에 이르면 짓궂은 변증의 쾌락으로
치우침을 네가 아느냐. 밤들어 새앙쥐를 물어뜯는 더러운 달빛
따라가며 휘파람 부는 작은 풀벌레들의 그 고요한 입술을 보았느냐.
햇빛은 또 다른 고통을 위하여 빛나는 나무의 알을 잉태하느니
종자(從者)여, 그 놀라운 보편을 진실로 네가 믿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