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음기 - 신정민 부처에게 전보를 쳐라 덕진 연못 연꽃 좌대 비었으니 한 번 들르시라고 소리는 신통치 않지만 작은 바람에도 직직거리는 확성기들 모아 어느 스피커에서 소리가 날까 진언 들을 준비 마쳤다고 빈 벤치들 어느 것이 이 낡은 기계의 볼륨스위치인가 태양열로 충전 중인 연못 검은 연밤 마이크 붙잡고 목청껏 소리 질러도 들리지 않는 늪의 노래나 들으면서 기다리겠노라고 가만 귀 기울이면 켜켜이 쌓여 있는 우렛소리 떨리는 듯 패인 홈에서 무뎌진 바늘 끝 그 바늘 끝이 풀어내는 신음, 먼 이국의 아침을 지나가는 자전거 방울소리인가 아침잠에서 돌아눕는 와불의 옷자락 소리 바람에 묻어 있다 귀를 열고 빛을 모으는 연잎 좌대 덕진 호수 텅 비었다고 출렁, 연못 가로질러 간다 떠도는 부처 한 번 들렀다 가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