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무덤을 가다 - 이영춘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보았다 한 줌 바람으로 날아가는 사람을 보았다 지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상은 빈 그릇이었다 사람이 숨 쉬다 돌아간 발자국의 크기 바람이 숨 쉬다 돌아간 허공의 크기 뻥 뚫린 그릇이다, 공空의 그릇, 살아 있는 동안 깃발처럼 빛나려고 저토록 펄럭이는 몸부림들. 그 누구의 그림자일까? 누구의 푸른 등걸일까? 온 지상은 문을 닫고 온 지상은 숨을 멈추고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그릇, 빈 그릇 하나 둥둥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