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바람이 가득찬 오지항아리였다
몸속 어딘가 쟁여 두었던 소리가 듣고 싶을 땐
밀짚모자를 눌러 쓰고 소(沼)에 낚싯대를 드리웠다
그 옆, 햇살에 잘 달궈진 모래밭에서 나는
납작한 돌멩이를 주워 시나브로 물수제비를 던졌다
실꾸리 끝이 닿지 않는다는 소(沼)의 바닥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뒤집힌 자라의 등가죽이 떠오르다 흩어지고
건너편 암벽의 산나리 몇 송이
진초록 물빛이 어지러워 손사래를 쳤다
엄마가 시퍼런 칼날로 자라의 목을 쳐서
아버지의 오지항아리에 던져 넣었다
목을 빼들고 독바닥을 긁어대던 자라가
왈칵 피를 뿜던 자라가
깊은 소(沼)의 메기와, 참붕어를, 퉁가리와 모래무지를 먹고
한 웅큼씩 알약을 삼킨
천둥을 먹고 번개를 먹어치웠다
객혈하듯 자주 빗줄기를 게워내던 그해 여름,
아(亞)자 무늬 약사발은 마당에 던져지고
자라의 피가 묻은
토담 밑 맨드라미는 대궁이 꺾이고
째깍째깍 신열에 들뜬
대청마루 괘종시계는 귀가 멀어갔다
가쁜 숨을 내쉬는 아버지
나리꽃이 흔들리는 절벽 밑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물풀 사이 깨진 오지항아리에 자라들이 알을 낳았다
아버지의 귓전을 빠져나온 그것들이
쿨룩쿨룩, 소리의 뼈와 살을 다 파먹은
소(沼)의 소용돌이 속으로 풀어졌다 감겨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