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한 채
낯빛이 누렇다
수행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짚을 깔고 그 위에 자신을 숙성시킬 작정인지
죽은 듯 숨죽인 채 덮어 쓴 이불
한창 썩어 가는 냄새를 보면
언제쯤 띄운 건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추위에 너무 오래 묵힌 걸까
메마른 살결 죄다 갈라 터져
표정마저 금이 갔다
햇볕도 쬐어야 하는데
움쩍 않는
저, 방치된 늙은 세월
짚이라도 엮어 자신을 달아매고 싶다던
독거노인
그에겐 시취만이 다정한 살붙이였다
가까워진 죽음 쪽으로 자주 고개를 드미는 나날
단련된 슬픔도 끝나 가려는데
소식 없는 자식들
흰 곰팡이꽃 검게 피어도
오지 않았다
동안거 해제가 되자
노인의 방문이 모처럼 활짝 열렸다
이윽고 낯선 사람들 손에
관棺이 들려 나갔다
노인은 모처럼 햇볕 쬘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