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산강 序詩 - 박용 물의 물성으로 유유자적 하늘을 베껴 내는 음유시인이 있다 바람을 거느린 비의 충복들이 샛강을 들썩여 급물살 소요를 일으키는 일, 범람의 고삐를 잡고 넘침의 수위를 다독이는 강둑 유속을 업고 흐름에 길든 천만 갈잎안무가 있다. 어느 전쟁이 몰고 온 죽음의 방어선이다가 적멸을 얻어 낸 학도병 전사들의 넋이 있다. 하늘나리 흔들어 번진 점 박 문양들이 둥근 씨앗을 말아가는 비탈진 허공 식솔 불려 노지를 일구는 개망초 탈속을 유혹하는 거룻배 한 척 우수수지는 노을을 밀며 산문을 지킨다. 음모의 칼날 같은 유월 햇살이 휘몰이로 추락하는 격렬비열激烈比熱한 일몰의 뒤태 시름 놓고 졸몰拙歿한 먼 산 혼백에 수의를 입히는 물안개 느린 걸음으로 하릴없이 걸어도 좋을 형산강 하구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