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극 - 송현경 질겅질겅한 당신은 내 입 속에서 부푼다 반투명의 속살이 볼록 드러나며 당신의 얼굴이 다가오는 순간, 모든 것이 빠져나가기 직전처럼 당신은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터져버릴 자세를 하고 있다 그러다 한껏 늘어지는 극처럼 맛이 간다 그래서였다 내가 당신을 뱉은 건 하필이면 그곳이 휴지통이었을 뿐 바람 맞은 약속 때문은 아니었다 눈은 계속 오고 내 입속은 희어져서 한결 고독해진다 당신은 어디선가 홀로 시간을 견디리라 얼마간 질겅했던 기억이 당신을 혀로 애무했던 시간들을 훑고 지나가리라 휴지통도 인생의 끝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머리를 자르러 온 미용실에서 우리는 서로 손님이다 자작극밖에 안 되는 입 속에서의 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