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묻고 돌아 온 날
안경을 맞춥니다
침침한 세상에 머물다 간 미안함으로
산 그립고 바다 보고플 때
당신을 닮은 마음 가지고 맑게 보라고
생전에 원하던 다 초점 안경을 맞추었어요
소중한 것 한 번 둘러 볼 시간도 없이
급히 가는 뒷모습이
내 그늘 때문이므로
남은 일 이걸 쓰고 마저 끝내고 가요
보고 싶은 것
멀리 있는 것
가까이 있는 것
젖어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 일들을
다 보라고
다 초점 렌즈를 장만했어요
나 사는 곳 속삭일 말 있어 오려거든
조심스레 안경을 쓰고 오세요
늘 어지럽기만 한
난시의 세상이 그립던 가요
지금은 나 어디 둘 곳도 없지만
조금씩 당신을 잊게 되겠지요
멀어져 내가 미안해 할 때
아쉬운 듯
안경을 쓰고 나를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