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종소리가 노을을 밀어올리면
저녁의 아래에 든 꽃들은
*산화락 산화락 눕고, 사람들은
팽팽했던 시간의 무릎을 접어 바닥에 가부좌를 튼다
하루가 남기고 간 어둠
생의 입자를 물고 흔들리든 것이 가라앉아 이룬
저 묵직한 고요
가라앉는다는 것은
이토록 고요하고 이슥할 때 이루어진다
시간이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선명하게 갈라놓고 난 후에
비로소 바닥에 닿는 것이다
쇳물의 붉은 혼이 쏟아질 만큼
아프게 떨며 소리를 멀리 보낸 종(鐘)일수록
제 몸 가라앉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너도 저녁이 오고 한참 뒤에야 가라앉았다
저녁의 등뼈를 짚고
쏙독새가 기억의 늑골 근처에 와서 울어도
꽃잎 몇 장 떨어져 어둠에 포개졌을 뿐
이미 쏟아내고 없는 격렬의 시절
그 아래 굳어 버린 너를 무엇으로도 흔들지 못한다
바닥에 압화가 되고 있는 꽃잎이,
모든 윤곽을 지우며 낮게 번지는
이 저녁이
아무런 아픔 없이 혼자 가라앉았겠는가 하고
바닥에 이르른 것들에게 물으면
별들이 내 눈속에 축축한 지층을 이루며
울컥울컥 가라앉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