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문장 - 차승호 노인네가 집에 왔다 편안한 장소에서 심신 돌보던 노인네가 명절 쇠러 왔다, 침대에서 내려올 수 없어 힘 좋은 아우가 안고 떠메고 왔다 황소바람에 창틀 흔들리듯 덜컹거리던 틀니까지 빼버린 팥죽 할배 오래 견뎌온 세월의 합병증 뇌졸중으로 틀니 빼기 전부터 말소리 어눌하던 팥죽 할배 무슨 할 말 있는지 자꾸 자리 옆으로 나를 불러 앉히고 웅얼웅얼웅얼……, 머리맡 수북하게 쉴 새 없이 쌓이는 해독 불가의 말씀들 그류그류그렇구먼유……, 나는 내 말을 하고 노인네는 노인네 말을 한다 요즈음 세간의 화두가 소통이라지만 갤럭시 S4 첨단 소통기까지 등장하여 두루 막히지 않고 통해야 된다지만 웅얼웅얼웅얼……, 그류그류그렇구먼유……, 말이란 그저 함께 있음의 추임새일 뿐 농투성이 노인네 군대 가듯 요양원 갈 때까지 얼굴 마주 바라보며 마침표 없는 표정의 긴 문장을 읽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