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에서 넘어지는 하루 - 박준 길눈이 어두운 겨울이나 사람을 잃은 사람이 며칠을 머물다 떠나는 길 떠난 그 자리로 가난한 밤이 숨어드는 길 시레기처럼 마냥 늘어진 길 바람이 손을 털고 불어드는 길 사람의 이름으로 지어지지 못하는 글자들을 내가 오래 생각해보는 길 골목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림자로 남고 좁고 긴 골목의 끝을 달이 크고 밝은 날이면 별들도 잠시 내려와 인가(人家)의 불빛 앞에서 서성거리다 가는 길 다 헐어버린 내 입속처럼 당신이 자주 넘어져 있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