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한 켤레 - 장요원 신문지 몇 장이 돌돌 말고 있는 절름발이 잠에 두 발이 나와 있다 걸음이 빠져나간 무릎이 조용히 접혀 있다 오래된 타일처럼 금이 간 발바닥을 발등이 둥글게 감싸고 있지만 바깥은 잠을 안으로 들여놓지 못한다 길이가 다른 두 발 사이에는 기울어진 계단이 접혀져 있다 오르고 내릴 때마다 접혀졌다 펴졌을 절름발이 계단에는 횡단보도를 끌던 얼룩말이 뛰고 음계 없는 크락숀 소리가 가쁜 숨을 누르고 있다 걸음 안에는 허공이 들어 있다 뒤집혀 있는 저 걸음에는 절뚝거리던 길들이 끌고 다녔을 몇 켤레 구름들이 접혀 있을까 어쩌면 걸음은 허공을 신고 다니는 일이 전부인지도 모른다 온종일 끌다 벗어버린 그믐달의 뒤축이 부어 오른다 아코디언처럼 접히고 휘어진 길이 늘어났다가 줄어들 때마다 허파가 새어나오는 걸음이 밤새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