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을 때 지지리 가난하여
좋아하던 술도 맘껏 마시지 못했다고
술친구들은 그대의 광중에
조니 워커를 철철 부어줬다
담배도 몇십 갑을 던졌다
그리고 그대 몸 위에 흙을 뿌렸으나
그들 모두 돌아간 뒤 그대 분명 그 술에 취해
다시 차디찬 땅속을 비집고 나와
이승을 헤맸을 거다
서른의 나이에 저승 가기 억울하다고
여기저기 술집을 기웃거렸을 거다
바타비아로 갔는가, 포엠으로 갔는가,
목마처럼 화려한 꿈만 먹고 산 그대.
그러나 그대 갔다고 펑펑 우는 벗들을 보고,
외상술 불평 없이 줄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술집 마담을 보고,
짧은 삶의 미련과 한이 봄눈 녹듯 사라져
다시 망우리 무덤 캄캄한 속을
‘세월이 가면’ 한 소절 부르며 들어갔을 거다.
외로움도 없이 넉넉한 웃음 지으며 들어갔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