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의 무게 - 김윤이 당신의 입술은 반짝이지만 함께 할 수 없는 날들처럼 무겁습니다 그러니 약속을 정할까요 우리가 꽉 부여잡던 손이 이젠 빛바랬다고 그때까지 나는 덩그러니 놓인 하늘을 보고 약돌 같이 단단한 햇빛을 그러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무심코 어둠을 튕겨내고 있었습니다 간헐적으로 깊어지는 물수제비 때문에 나는 주름의 깊이가 보인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번, 어두워지던 침묵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수면이 야트막한 돌바닥에 누워 이미 죽은 꽃잎을 밀어 올릴 때 당신은 지루한 듯 발치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쉬잇! 내가 펼친 손가락 끝으로 가만 숲의 구릉지가 매달려갑니다 당신의 그을린 얼굴은 보이지 않고 일제히 호선으로 늘어선 나무 열매만 잡힐 듯 잡힐 듯합니다 그렇게 물 속 깊이 드리우는 것은 별일이 아니라고 이내 나는 어둠을 옆에 앉히고 되뇌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상하게도 말입니다 함께일 수 없는 것을 나는 훔쳐버린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