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산책 - 하재봉 갈수록 저녁산책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가을이 오기 때문이다. 나는 맨발로 서회귀선을 밟고 저녁 해가, 지평선위에 사형수의 목처럼 걸려있는 것을 바라보며 산책을 시작한다. 읽고 있던 탁발승려의 시집은 나무책상위에 접어놓았다. 이제 곧 이교도의 사원위로 불타는 날개 이끌고 까마귀떼 돌아오리라 황혼의 종이 울려 퍼지면 단식일의 황금촛불이 켜지리라 만가를 부르며, 언젠가는 우리 모두 가야할 곳으로 돌아가는 구름의 장엄한 행렬 뒤 초저녁 별 개밥바라기 피어오를 때 새들은 둥지속으로 돌아가 알을 낳는다. 나도 새가 되고 싶었다. 그녀들이 불러만 준다면 그 곁으로 날아가 꿈꾸는 알을 낳고 싶었다. 새들은 굽은 부리로 하늘벽을 쪼아 일곱 개 푸른 별을 만들어가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말울음소리 들으며 나는, 내 긴 그림자를 밟고 서회귀선 빈 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