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기다리며 - 김성조 무협지를 보면 세상이 어지러울 때 숨어있던 고수 번쩍 나타나 세상을 평정하고 또 훌쩍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를 영웅이라 했다 영웅은 당대 한 명만 태어난다고 했고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래 그런지 나는 아직 영웅을 만나지 못했다 이 시대의 영웅은 어디에 있는가 빛나는 이름 자칭 영웅들을 비껴 어디 한가로운 세상을 흐르고 있는가 말갈기 흩날리며 계곡을 누비던 말굽소리 들린다 번쩍이는 눈, 구름처럼 피어나고 바람처럼 사라지던 발자국들 그러나 달빛 아래 시름 깊은 사내 한숨에 녹아드는 한 꽃잎을 물고 먼 남쪽 바다를 건너간다 지금 내 안에 반란이 일어났다 달려와 나를 거두어 평정해 주지 않는가 아직도 내 소리 듣지 못했다면 그는 참 아득히도 멀리 있나보다 내 안의 슬픔으로 늘 그리운 그는 어느 날엔가 소리없이 번쩍 날아와 내 정신의 공백 채워줄까 세상이 시시하고 쓸쓸한 날엔 영웅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