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파도에 관한 에필로그 - 전비담 파도가 죽었다 상의 한 마디 없이 성급하게 죽은 파도는 흰 거품을 피우고 암청색 물고랑에 휘청거리다 바다가득 눕는다 바다는 파도가 누운 무덤이다 바다는 저만치 물러나 있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짐짓 딴전을 피운다 희미해져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심장을 아무리 펼쳐도 품을 수 없다 파도가 멈춰서 모든 미래가 유출되었으니 너무 중요한 허무는 모른 척하기로 한다 다만 다 닳지 못하고 죽은 것은 돌아와 그 무덤에 꽃을 피워야 한다 바다는 낙하하는 해로부터 붉은 꽃씨를 받아 조로한 파도의 무덤에 눈물을 뿌린다 꽃잎이 한 잎 한 잎 피어나는 건 혼자 죽은 파도의 의무거나 도착하기도 전에 해답이 된 미래의 기억놀이 푸른 녹이 슨 물결로 없는 파도의 붉은 말소리를 더듬는 무덤 위 잘 익은 산호꽃인 줄 알았는데 하얀 거품꽃이 피어 있다 바다는 최초부터 파도의 에필로그라는 것, 을 다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