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근 흔히 있는 이 암자 주인은 올해 갑년을
맞은 비구니, 법명이 달풀[月草]이라 하시는군요
여섯 살 나이로 경주 含月山에서 계를 받았다는데요
먹물옷 말고는 딴 맘 딴 옷 가져보지 못한 채 다
늙은 사람의 심정이사 뒷산 오리나무나 짐작할 뿐
제 잇속이나 셈하는 복장 시커먼 도둑이 알 바
아니겠지요 그러나 인연 닿은 곳마다 굳이 달을
갖다 붙이는 여자의 마음은 알 듯 말 듯하구요
낯모르는 이가 내미는 찐빵 이천 원 어치에 빗장
지른 마음 덜컥 열어젖히는 혼자 사는 늙은이, 해 짧고
달 긴 동짓달 속사정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서두
휘영청 초저녁에 뜬 달이 한잠 자고 나와 봐도
그 자리, 다시 깨어 봐도 그 자리,
도무지 눈꺼풀 없는 밤이라는군요
그런 밤이사 얼음조각 머금은 듯 차고 시린 달이
어둑새벽까지 띠살문 밝혀서 안 그래도 가난한 우리
스님의 몸이 더욱 말라 붙었겠구요 뒷산 솔숲 소쩍새
목쉰 소리에 마당 가슴팍 찬 우물도 덩달아 깊어졌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은 조금 아는 것이어서 세상의
일을 어찌 이루 다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이 장지문 바로
건너 대웅전 마루 아래 뱀 소굴이 숨어 있다는데요 법당이든
부엌이든 심지어 하루는 늦은 밤 티브이 위에 똬리 틀고
혀 날름대고 있더라는 이야기
생각건대 달풀 우거진 보름달 속에는 수천수만 실뱀들
똬리 틀고 있는 건 아닐는지 그 달빛, 얼키설키 뒤엉켜
뭉쳤던 은빛 실뱀들 오리 오리 풀려 밤이면 밤마다 마룻장
아래 모여드는 건 아닐는지 그래서 늦은 밤 법당 안이
이따금 해바라기처럼 환해졌던 것인가
이리 몸 섞고 저리 몸 뒤엉켜 겨울잠 자는 뱀들이
뿜어내는 에너지 동짓달 둥두럿이 보름달로 굴러가고,
어떤 못된 뱀은 아궁이 통해 불 꺼진 몸 속으로
자꾸 파고들고, 그때마다 처마를 받든 두리기둥은
화들짝 뿌리가 굵어졌겠지요
그예 날 저물어 기어코 잡는 손길 뿌리치고 일어서다
보니 아뿔싸, 기왓골 타고 굴러온 달, 달풀 스님 목에
얹힌 달덩이에 혓바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