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붉은 여자가 떠났다
사랑, 침실로
여자가 창문에 고개
들이밀고 내 침대에 올라왔지
사랑, 침실로
옆에 누워 속삭이며
죽음의 이불을 덮자
하이얀 눈 굴리며
죽음의 이불을 덮자
나는 여자의 손 힘껏 움켜쥐었어
쑥 빠져 버린 팔
가슴에 품고 거리에 나와 소리 질렀지
이걸 봐! 왼팔과 오른팔이
부메랑처럼 붙어 있는 붉은 팔,
던져도 다시 돌아오는 밤의 발톱을
그러나 사람들은 떠났네
사랑, 침실로
서로의 발 보며 잠들었던 부랑아들
서로의 몸 깔고 누웠던
노숙자들, 모두 여자의 허리
끌어안느라 정신없었지
여자가 내게 말했다
그 팔로 베개를 해보는 건 어때?
낮은 신음 소리로 자장가
불러 줄게 낭떠러지 같은
여자의 입맞춤
밤은 끝나지 않았지 여자는 사람들
목덜미 핥으며 시커먼
속삭임 멈추지 않고
나흘 밤 되도록 사람들
깨지 않고 나는 홀로
우두커니 거리에 서서 되돌아오는
여자의 팔을
되돌아오는 긴긴 밤을 계속
계속, 던져야만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