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돌
물속에서 건져올린 하나의 돌
돌 하나에 입혀진 무늬는
물의 환상이 다녀간 시간이다
하나의 돌이 물속에서 건져올려지기 위해선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꽃
꽃은 나무의 환영이다
나무가 그 환영을 보기 위해선
꽃이 자신의 환영인 나무를 문득 알아볼 때까지이다
서로의 환영을 바라보며 둘은 예감으로 말라간다
하나의 무늬
하나의 무늬가 물속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바람의 수런이 필요한가
바람 하나에 입혀진 무늬가
사람의 눈을 들어올리고
바람이 들여다보고 간 시간이 물속에선
누런 그늘이 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닥에선
잘린 손가락들이 하얗게 잘려가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시간
만삭의 물고기들은 물 속에서 어른거리는
환영을 따라 날고 물이 져 나르는
그늘의 부력 안에서
배는 물의 무늬를 받는다
배의 환영을 알아보고 등대는 문득 입김을 불고
바람의 장례를 치르는 관습은 음악이 되었다
행주가 상을 문지르듯 배가 쓰윽
들어오고 있다
하나의 개념이 최초의 시간에 정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