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 털이 자라네 - 조병완 부끄러워 부끄러워 털이 자라네 팬티속에서 치모는 은밀하게 자라고 --치모가 없는 뱀은 부끄러움을 모르지 거짓도 모르지 위선도 모르지 뱀이 부러워라 손의 죄악 몰래 감추니 날개는커녕 겨드랑이 털이 자라네 뱉어내는 말들이 부끄러워 콧수염은 자꾸 자라 입을 덮으려 하네 잘라도 잘라도 털이 자라네 머릿속엔 부끄러운 생각이 얼마나 많기에 머리카락은 이렇게도 무성히 자라는가 한가닥씩 들추어 다듬어야 겨우 깊어지는 생 뻔뻔히 살려고 털을 자르네 아, 털에 덮인 오늘 가닥도 안 추리고 털을 자르네 부끄러워 생이 부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