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山上)의 노래 - 조지훈높으디 높은 산마루낡은 고목에 못박힌듯 기대여내 홀로 긴 밤을무엇을 간구하며 울어왔는가.아아 이 아침 시들은 핏줄의 구비구비로싸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이제 눈 감아도 오히려꽃다운 하늘이거니내 영혼의 촛불로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환히 트이는 이마 우떠오르는 햇살은시월 상달의 꿈과 같고나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오래 잊었던 피리의 가락을 더듬노니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사슴과 토끼는 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하라.여기 높으디 높은 산마루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내 홀로 서서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