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6 - 김세영―부부수많은 불면의 그믐달을 식어버린 체액으로 담금질한 칼로가슴살을 베는 싸움을 했다삼십 년 간 몸을 섞어샴쌍둥이처럼 붙은 부위들을 모두 자르고피딱지가 엉겨 붙은 등짝을 맞대고적의마저 지쳐서 잤다아내가 소변을 보려고 일어나는 기척에 깼다자르지 못한 인연의 끈을 당겨서상처 난 어깨에 이불을 덮어주었다숨소리를 죽이고 잠든 척 했다가슴살 뭉툭 잘려나간 상처의 출혈을베개로 꾹꾹 눌려 지혈하고아픔을 참았다마주 댄 상처의 살이 돋아 다시 붙으면오래전 운동회 때처럼 다시이인삼각으로 걸어가야 할게다백년전쟁의 종전 없는 휴전을 했다살아온 세월만큼 깊은 늪에서는 진검승부도, 언제나 애꿎은 꽃대의 목만 자르고 말았다꽃밭만 성글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