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는 극약 - 김명리
물 없이 삼킨다
이 땅엔 처방전이 없는 시라는 극약
내 마음, 단 한 번도
안으로부터 열린 적 없는 창문과도 같아
어둠이, 상처가
분노가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아니라고
스스로를 도리질하는 순간이 있다
오줌 누려고 일어났으리라
어린 아들의 나뭇잎 같은 손이
숯덩이 같은 내 잠 위로
가만가만 이불을 덮어주고 있으니
눈 부셔라 눈꺼풀 속까지
아마포처럼 감겨오는 저 새벽빛
아득히 물소리 내며
먼 곳에서 더 먼 곳으로
끝없이 흘러내리는 물방울…물의 방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