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수박밭 - 최정례
달빛은 참 멀리서도 왔네
수박밭으로
점은 줄무늬 수박 고랑으로
달빛은 참
모텔 안으로 까만 차가
미끄러져 들어서고
빨간 차가 또 소리없이 스며드는
거길 비추기도 하지
하루 온종일
수박밭은 뜨거웠는데
달빛은 참
미루나무를 눕히고
골짜기 논물에 미루나무가
누워서 흔들리다 흐려지다
꿈에 들어 혼몽중인
거길 지나기도 하지
수박은 혼자서
둥글어지고 둥글어지고 둥글어지다
잎사귀로 노를 저어
둥근 달에게
기어오르기도 하지
달빛은 참
초록으로 얼룩덜룩한 줄무늬 속으로
붉은 방으로 가득 들어차려고
먼 태양 흑점에서부터 수박씨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너를 만나러 왔는지 몰라 중얼거리며
여름날과 겨울날이 섞여버리도록
목이 말라서
푸른 골짜기 붉은 밭으로
달빛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