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의 발견 - 이병일
나는 옆구리가 함부로 빛나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먼바다가 감쪽같이 숨겨놓은 수평선과 아가미가 죽어 나뭇잎 무늬로
빛나는 물고기와 칼을 좋아해 심장의 운명을 감상하는 무사와 무딘
상처 속에서 벌레를 키우는 굴참나무는 매끈한 옆구리를 지녔다
살아간다는 것은 옆구리의 비명을 엿듣는 일
그러나 일찍이 아버지는 백열등으로 피는 늑막염 소리 듣지 못했다
갈비뼈를 자르고 한쪽 폐를 후벼 파내는 시원한 통증을 맛봐야 했다
옆구리에 속하는 것들아
옆구리에 속하지 않는 것들아
나는 먼 곳의 옆구리가 비어 있어 풍요롭다고 생각한다
오늘 나는 일몰의 격포바다에서
세상의 옆구리에 박히는 붉은 심장의 박동을 세어보기 위해
하루하루 고독을 씹어 빛나는 수평선의 옆구리를 위해
해와 달의 시간이 포개어지는 저녁이 되었다
옆구리는 환하고 낯선 하나의 세계 혹은 감미로운 상처가 풍미하는 절벽이다
나는 아버지의 옆구리가 길고 낮게 흐느껴 우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 옆구리는
촉촉이 젖었고 그 옆구리는 새까맣게 죽었고 그 옆구리는 비명을 삼킨 흉터가
되었다
이제 나는 옆구리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쁜 옆구리를 가진
여자와 결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