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커피를 마셔도 단풍잎 빛깔이 목에 걸려 자꾸만 가슴은 내려앉고 십일월을 넘기는 늦 단풍이 마당 끝을 참새처럼 서성이다 투명한 속을 한번 더 내보이며 회색빛 우수에 몸을 떨고 있습니다 가슴이 다 비치도록 그리운 당신의 이름을 불러도 바람이 대답을 먼저 합니다 그리움은 참는것이라고 매일 아침 보는 당신 얼굴처럼 당신이 이 순간 보고싶습니다 당신을 그리다 소금기에 절은 흰 고독이 단풍잎 혈관을 따라 삼투되어 산등성이를 헤매이며 쏟아놓는 붉은 맹서는 가슴에 칼집을 내 내 몸이 다 찢겨져 나갑니다 먼 산 오를 수 없는 골짜기에 말라가는 내 몸을 바로잡아 편지를 씁니다 우표 없이 이 산 저 산을 뒹굴다 바람에 내 피가 다 마르고 온전한 내가 다 사라져도 서러운 빗물에 나를 씻고 당신을 또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때론 타인처럼 멀게 있던 당신이 내 안으로 들어와 홀로 있던 나를 흔들며 당신과 하나가 됩니다 당신을 만난 순간 하늘은 무너지고 당신 곁에서 평생을 걸어도 언제나 내 사랑은 제자리 걸음만 합니다 가을 하늘에 나를 다 드러내놓고 울어도 토해내지 못하고 자꾸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은 언제나 당신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이 못견디게 밉다가도 난 어린아이처럼 금방 당신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운 것들을 여러번 포개 방망이 질을 하면 더 곧고 푸른 그리움이 다듬잇돌 위에 펼쳐집니다 언제나 목마른 내 갈증에 시작은 당신이었습니다 나를 다 퍼내고도 부서지지 않는 이유는 당신이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을 내내 앓고 있어도 당신은 언제나 모른 척 합니다 허기진 그리움을 채우듯 난 당신을 아침처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