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 조현석
곯을 대로 곯은 아린 속 아랑곳 않고
차디찬 맥주 가득 따라주면서
제발! 이제는 술 좀 그만 마시라는 여자
내일, 모레 생일 아침
꼭 꼭 일회용 미역국이라도
전자레인지에 끓여 먹으라는 여자
이틀 뒤쯤 충혈된 눈 제대로 못 뜰
그 아침에, 자신은 사람들 북적대는
어느 바닷가 백사장 서 있을 거라는 여자
그때 문자메시지만 달랑 보낼 거라는 여자
그녀의 작은 눈 검은 눈동자 가득
앞에 앉은 내 모습 들어 있는데
그날의 바다를 끌어들여 갑자기 헐떡이게 하고
이젠 암벽에 서서 한 조각 바다가 비치는,
출렁거리는 하늘 담아올 거라며…
긴 머리카락 한 올마다 생미역 한 줄기,
짭조름한 바닷바람 줄줄이 엮어올 거라며…
제발! 그때까지는 아파하지 말라는 여자
술병이 쓰러지고 널부러진 탁자 밑으로
숨어들어가는 손을 잡아끌고 말하는 그 여자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진짜 할 말 못하고
흘리는 눈물에 시큼한 맥주 맛 같은 바다며
미역 줄기 같은 인생의 쓰고 짠 맛을
술에 절어 갈라진 혓바닥 끝에 안겨주던 그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