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보다 못한 시인 - 유용주옆집 개가 짖는다 바람 불어 나뭇잎 떨어져도 짖고나뭇잎보다 미세하게 날개를 떨며 우는 매미 소리에도 짖고까치 내려앉아 음식 쓰레기 뒤적여도 짖고멋모르고 텃밭까지 내려온 고라니 되새김 소리에도 짖고먹장구름 몰려와 소나기 지붕 위를 때려도 짖고새벽 신문 배달하는 총각 발자국 소리에도 짖고우유 아줌마 바지런한 자전거 소리에도 짖고게이트볼장 어르신들 웃음소리에도 짖고한창 내부 수리 중인 사원 아파트 망치 소리에도 짖고급하게 커브 도는 택배회사 트럭 엔진 소리에도 짖고우리 집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에도 짖고앞집 주정뱅이 해소기침 소리에도 짖고한 옥타브 높은 건넛집 아줌마 교성에도 짖고공터에서 노는 아이들 농구공 두드리는 소리에도 짖고뒷집 아저씨 크게 틀어놓은 텔레비전 소리에도 짖고중늙은이 전기 검침원 방구 소리에도 짖고계란 장수 사과 장수 고물 장수 스피커 소리에도 짖고 우편배달부 오토바이 부르릉대는 소리에도 짖고산림청 소방 헬기 지나가도 짖고20 전투비행단 전투기 뜨고 내리는 소리에도 짖고이지러진 달빛 보고 컹컹 짖어대고빗금 그으며 흘러가는 별똥별 보고도 짖고남산만큼 배부른 해 보고도 짖고집 나온 고양이 가르릉거리는 소리에도 짖고멀리 옥녀봉 산꼭대기 야호 하는 소리에도 화답을 하고페로몬 향기 짙게 풍기며 유혹하는 암캐에는 거의 숨이 넘어가고밥을 주고 물을 주고 주인이나 손님이 들어오고 나가고봄꽃 피고 지고 여름 안개 스멀스멀 기어들고가을 공기 알맹이 가벼워지고겨울눈 내려 소나무 가지 부러져도 짖는다세상 모두가 잠든 한밤중하느님이 뒤척이며 침 흘리는 순간에도 짖는다나는 아직까지 저 개새끼처럼,처절하게 깨어있는 시인을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