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의 나프탈렌 - 박장호
담배로 양치질을 했다.
자전거를 탄 소녀가 골목을 빠져나가는
새벽 네 시
스침의 동의어인 내 생애의 인연이
단 몇 초로 요약된 것 같았다.
형광등에 젖은 커튼의 연두색이
방의 울음 같았다.
새벽의 이마에 굵은 못이
마음의 핵심처럼 박혔다.
날숨에 섞인 박하향 나프탈렌을 못에 걸고
방으로 돌아와 울음을 만졌다.
빛에 젖은 커튼의 흐름을 따라
강제로 사랑한 첫사랑의 귀신들이 창을 빠져나갔다.
내가 만진 울음의 공기가 탁했던 것이다.
마음을 창밖에 걸어 두었으니
이젠 귀신들도 심호흡을 할 때
청명한 마음속에서 편히 쉬라.
자전거를 탄 소녀가 골목을 빠져나간
새벽 네 시
입속에서 울음이 기화하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