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충 벽을 쌓다 - 강윤순
하교 길은 뒤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길 밖으로 아이가 사라졌으므로
지지봉에 앉았던 새들이 날개를 뽑아 날렸다 땅에 붙은 그들은
눈썹을 밀고 등 짓으로 암호를 보냈다
잎 끝마다 검은 리본을 달아놓고 바람을 흔들고 있었다
‘오늘만 학교 안가면 안돼요~~요? 디오라마 사이로
마네킹이 뛰었다 지지봉이 따랐다
텅 빈 간이역에서 엄마는 절망으로 꽈리를 불었다
아이는 내일을 태워버린 재를 따라
푸른 피 출렁거리는 강줄기에 섞였다
골목이 실종되고 솟대가 꺾여졌지만
문에 밤이 거미줄을 치지 않았으므로
엄마는 시계 따라 밥을 먹는다 숨을 쉰다 아이야
오 당신에게 다시 캥거루 주머니가 주어진다면
줄기는 저 강물에 낭만적인 가시를 돋게 하리라
화장이란 이름은 화장대 앞에서 까마귀 고기를 먹는 것
더욱 익숙해진 망각으로 일상은 고리에서 고리로 이어지고
물집 터진 물에 허우적거리며
우리들은 또 새로운 물집을 짓는다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연에
우리들은 혼자 이별하고 마중하는 이단아
나는 오늘 또 한번 충격에 대한 완충벽을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