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미용실 - 정채원
20년 전 다니던 꽃 미용실
내가 지금 딸만 할 때 다니던 꽃 미용실
나중엔 엄마꽃과 딸꽃이 함께 다니던 꽃
미용실, 생머리로 놔두어도 마냥 꽃이던
꽃시절, 꽃을 괜시리 들들 볶던 꽃 미용실
실컷 졸다 깬 다섯 살 꽃이
숏컷 된 거울 속 자기 머리를 보곤
으앙 울음을 터뜨리던 꽃
미용실, 울음 그치지 않는 꽃을 달래다
나도 함께 울 뻔하던 꽃 미용실
결혼 며칠 앞둔 딸아이
언젠가 제 딸과 함께 괜시리
머리 볶으러 미용실 찾을 때,
그땐 나도 20년 전 져 버린 꽃
미용실처럼 더 이상 아무도 찾지 못할
숨은 꽃이 될까
숨은 꽃 굳이 찾지 않아도
그냥 그대로 마냥 꽃일
딸과 딸의 딸
세상 아무리 섣불리 딸 수 없는
꽃과 꽃의 꽃
그래서 세상은 꽃이 지지 않는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