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방 송 양 - 이기와
길다방 송 양을 아시나요?
어디가 끝이고 어디가 시작인지 모를
끊어졌다 이어지고 다시 돌아나가는 시골길처럼
알다가도 모를 그녀 말이에요
누구든 따뜻한 봄바람을 주문하면
스쿠터를 타고 신속 배달해 주는,
돌멩이보다 잘 굴러다니는 그녀 있잖아요
각설탕처럼 프리마처럼 살살 애간장 녹이는
웃음 헤픈 그녀를 모르세요?
화려한 겉포장보다 내용이 궁금할 때
더러는 티켓을 받고 대여해 주기도 하는,
한 곳에 정착할 수 없는 철새처럼
산간벽지 이곳저곳 지도 그리며 날아다니는
알고 보면 딱한 여자지요
보온병 보자기를 한 손에 들고
간혹 공장의 담벼락이나 면사무소 앞에
정류장 표지판처럼 우두커니 꽂혀 있는
그러다 덜컥 막차를 타고
야심한 기억 너머로 잠적해 버리는
그래서 가을걷이가 끝나고 나락공판 날이 되면
어디서 밥이나 먹고 사는지 불현듯 궁금하게 만드는
꼭 어릴 적 헤어진 누이 같은
길다방 송양을 당신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