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고(別故) - 이미산
별고 없니
허공으로 띄우는 메시지
느닷없이 창문 흔드는 천둥과 번개
왔구나, 살짝 위험한 반가운 외출
어깨 다독이며 악수하다
참, 오늘 태양은 잠적했네
다시 내면의 방에 스스로 갇혀
숨은 태양을 찾아 나선다
활짝 피어오르는 신경의 하얀 다발들
별고야 어디 있니
오래된 친구의 근황이 배달되었다
김경숙 -> 지연스님 Tel. 839-XXXX
전화기로 다가가다 멈칫, 팽팽했을 그녀의 별고를 상상한다
여전히 창문 흔드는 천둥과 번개
빗물은 컴컴한 배관 속을 빠져나가며 궁시렁궁시렁
손톱 밑에 묵은 별고의 냄새라도 남겨두었니,
우리 뜨겁던 별고 사이에 실핏줄 하나 남아있니,
태풍에 혼이 말갛게 씻겨나간 하늘처럼
내 안의 잡다한 별고들의 이마가 갑자기 환해진다
지리멸렬한 별고의 등짝을 어루만지며
살짝 비껴갔을 우연한 별고들의 거친 숨소리 듣는다
별고 없니, 허공을 떠도는 메시지들
무심한 척 숨어서 띄우는 별고의 기도
천둥 번개 치는 저 화려한 외출 바라보며 꿈꾸는
오늘 가볍고 가벼운 별고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