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낚을까 - 손현숙
커피숍 빈에서 프렌치바닐라 주문했다
“조심하세요, 뜨거워요”
뚜껑 덮인 종이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눈으로는 확인 할 수 없는 따끈한 열기
뒤꿈치 살짝 들고 가는 연애질 같다
빨대를 입술에 꼭 끼우고 양미간을 잔뜩 모아
두려운 듯 커피, 쫄쫄 빨아대다 한 순간 뚜껑,
열고 한 모금 꼴깍 삼켰다
불에 덴 듯 입천장 까졌다
사랑도 너무 빨리 반말 트면 무례해 지 듯
서둘러 속내 열어 보이지 마라
검고 쓰고 달콤한 맛과 향, 악마처럼 유혹하고 싶다면
우선은 마음에 빗장부터 질러야 한다
뜨거운 척, 끝까지 내숭떨어야 하는 거다
출렁이는 호기심 바닥 칠 때까지
시치미 딱, 갈기고 문고리 붙들고 늘어지면
그것도 색다른 맛,
깔끔하게 낚아채는 마무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