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 장옥관
비 온 뒤 고인 물웅덩이를 보면
흙탕물이 마침내 골목의 눈동자라는 생각
풀썩이는 도시 사막의
목마름이 불러낸 눈물방울이라는 생각
헛디뎌 진흙탕을 밟았더니 고인 물이 벌컥, 화를 낸다
눈동자까지 시뻘게져서는 -
흙탕물이 또한 흙탕물인 것은
좀채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
의심이 많기 때문
무심코 던진 한 마디 농담에 삿대질해대는 그대여
하 많은 거짓과 사기와 협잡이
그토록 딱딱한 데스 마스크로 만들고 말았구나
흙탕 가라앉는 물웅덩이 앞에 쭈그려 앉아 들여다 본다
말갛게 핏발 삭히고 있는 눈동자를
가만 들여다본다
한사코 튀어나가려는 흙먼지를 눈물방울이 자꾸 달랜다
어두워져 가는 늙은 골목의 눈동자가
왈칵, 한번 더 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