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창살 틈 사이로 봄이 오려나 - 박소운
1,
엊그제와는 달리 살여린 얼음밑으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테너의 노래 같이 힘차다,
얼어붙은 밭이랑에는 드문드문 천공을 뚫고나온 만족감에 빙그레 웃는 새싹의 보조개도 보인다,
눈의 렌즈에 달린 줌을 확대하여 희귀한것을 보는양,
다가올 따스함을 생각하며 반가운 마음이 미리 앞질러 간다,
찬 바람의 냉소에 시린 내손이 물의온기에 조금 위안을 받으며 - 봄이 오는가부다 뇌까려 본다,
봄이 오려나,
봄이 온들 무슨 의미가 있냐고는 더 이상 말하지 말아야지
온 마음 꽁꽁 얼어붙어버린지 오랜 빙화석 이라도 봄은 좋지 않은가,
하얀 서리가 내린 이 새벽의 공간속에서도 속 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면
진달래,개나리가 어우러지는 연노란빛의 따스함이 차라리 났지,
지축을 뚫고 올라온 풀잎들에게 물어보는게 더 빠를수도.....
2,
엊그제 사 놓은 몇묶음의 라면을 누가 치워버렸나....
하나씩 끓여먹는것이 그래도 체면유지는 해 주었는데
라면 한봉지, 계란 한개, 김치만 있으면 뱃속의 거지들을 달랠수 있었는데
간혹, 반가운 마음들을 만나 맛있는 식사로 칼로리를 맞추곤 포만감에 젖어
역전 대합실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포만감도 이와 같으리라는 공감에
정신적 이상주의론을 꺼집어 내며 한참 헤메이다 회색빛 현실로 돌아오기도...
사는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관해 별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해 본적이 없음에,
내 삶이 왜이리 추우냐고 자문해 본적도 없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봄이 올것을 항상 생각하므로.....
사람들이 하는일들이란게 어려워 보이나,
결과론적으로 역사는 어려워하던 사람들이 만들어 왔고 만들어 가는것을,
3,
엊그제 사람들이 떠들던 말들이 생각난다, 봄이온다, 봄이 온다고....
올 봄은, 어떤색의 옷을 입고 찾아올까,
항상 입고오던 그것들과는 달리 부드러움과 화사함을 기대해보는 철부지 소년의 우매함이 치료효과는 있을것이다,
항상 그래왔듯이 올봄도 나를 속일것이며 나도 적당히 속으며 지나갈것이다,
춘향을 뿌리며 다른놈들과 놀아나는 꼴을 옆애서 보지만 벙어리 냉가슴 일뿐, 무관심의 자위권을 발동하겠지,
매년 같이 놀아나는 놈들이 똑 같은데 봄은 어딜가서 너그러움을 깨치고 왔는지 한바퀴 휙 돌고와서는
새서방을 만난양 아양떨며 반갑게 그들을 맞이하는 그 모습에 ....
속은 쓰리지만 그래도 느끼고 배우는게 많아 봄이 오는 길목을 바라보며 가슴 설레이는 것인가,
지하철을 타고가는 사람들의 옷 색들이 바뀌고 가벼워지는것을 보니 봄이 오는가부다,
지금쯤 살여리던 개울가에도 푸릇한 봄기운이 만연해 있겟지,
내일은 풀잎들을 어루만져주는 봄바람에 물어나 볼까,
내 봄은 어디쯤 오더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