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아름다운 것 - 윤성학
이봐요
그제 당신을 보았어요
바람의 손을 잡으셨더군요
한 아이가 놓친 풍선을 붙잡아주러
멀리 가고 계신
당신의 둥근 등을 보았습니다
어제 당신을 보았어요
바람과 함께 걷고 계셨지요
꽃잎이 모나게 자라지 않도록
일일이 저들의 이마를 매만지며 가시는
당신 손톱 안의 반달을 보았습니다
바람은 언제나 당신을 지나면
둥근 몸을 가집니다
당신의 정신이 그리 생긴 까닭입니까
멀리서, 꼼꼼히 모서리를 다듬어
바람을 보내주셨어요
오늘 당신을 보았을 땐
둥근 바람의 옷을 입으시고
이 땅의 하고많은 아름다운 것들은 그냥 둔 채
하필
땅위를 구르던 검은 비닐봉지를 택하여
동행 삼으시고
저 멀리 먼 데까지
날아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