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얼굴 - 이재훈
거울엔 과녁이 없다
내가 거울에 입을 맞추면
오히려 그는 없고 내 얼굴만
환하다
어디를 찔러도 되돌아오는 아픔
거울은 고요다
어떤 사연도 담지 않고
내가 볼 때마다 붉게 충혈된
눈만 되돌려 주며
침묵하는 사태
나는 도시의 은유에 머물렀다가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며 와르르
내 얼굴이 무너짐을 본다
형체없는 얼굴,
소실점으로 모이지 못하는 얼굴,
폭력 앞에서의 쓴 웃음과
이별의 순간에 지었던 바보 웃음도
거울은 모른 체한다
말이 없는 두려운 침묵
내 가방엔 거울이 없다
사무실에도 햇볕이 살아 있는 시간에도
날 돌보지 않는다
어둠이 밀려와 환각이 날 감쌀 때
그는 조용히 내게로 와서
반짝반짝 날카롭게 웃는다
나는 여전히 할 말이 없다
더더군다나 그 무서운 고요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