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산 가는 길 - 유현숙
지금 눈 내리고 경의선 열차가 가는 쪽은 북쪽입니다
골짝 안으로 골짝이 숨습니다
배암의 꼬리처럼 말려듭니다
툭 튀어나온 산자락만 열차의 옆구리에다 모퉁이를 디밀고
돌아서면 몇 채의 집들 띄엄띄엄 보궁 같은,
창 유리에다 손 뼘을 대서 짚어 보니 골짝에서 별 환한 마음 까지는 겨우
한 뼘이거나 그도 채 못 됩니다
거기, 뼘만 한 별이 드는 모퉁이 끝 외진 집에다
새간 몇 점 들여놓으면 살림 차리겠네요
찬바람 끝이 달라붙는 모퉁이 같은 남자, 그 얇게 헐은 등허리에
잎 진 담쟁이처럼 엉겨 붙고 싶네요
추녀 끝 눈 떨어지는 소리를 덮고 한겨울 내내 뼛속까지
녹아내리고 싶네요
눈 내리는 날 동태찌개 데우며 어둠 붙은 산 그림자 아래 서 있으면
어둠을 밟으며
곱은 손을 불며
등 굽은 그 남자 찾아 올라나요
등뼈가 얼어 있는 모퉁이는 늘 춥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