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神* - 이문연
아이올로스여,
그대의 심령한 바람으로
인간의 맺힌 영혼을 풀어다오
적멸의 보궁속을 떠돌며
푸념의 시간만 늘어놓지 말고
빼앗고 할퀸 기억밖에 없는
작고 하찮은 거리의
뒷골목을 돌아 보아라
엄동 추위가
뼈 속으로 스며드는 밤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숨죽여 울던 작은새들
죽어서야 울음을 멈추던
통한의 어미새를 보았는가
세 귀를 열고도 듣지 못한 말들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주저앉고 마는
허망한 진실들과
곳곳에 오감을 마비시키는
풀독들을 눈여겨 보아라
흐트러진 일과와
도도한 자유로움에 더는
법의 잣대로만 들이대지 말고
먼 길을 회향하는 연어의
순수한 의지를 꺽지도 말고
어느 별에서 묻어 온
이데아의 향인가도 묻지를 마라
떠돌다가 지쳐 돌아온
세월 한 장 이고 오는
살아 제 이름도 부르지 못한
혼백들의 넋을
그대의 심령한 바람으로
어루 만져다오
바람神* 아이올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