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주전자와 꿈 - 이제하
무엇이 나를 이리 괴롭히노
새벽마다 찾아와서 나를 울리고 마는
지난날의 사소한 많은 생채기와
앞으로 남아 있을 너무 너른 하늘
너무 많은 별
몇 억겁을 다시 타 들어가야 하는 해
얼마나 아파해야 하노
이것은 언제 끝나노,
새벽이 올 때마다 아파오는 꿈을
몸 뒤척여 아파하고
나는 꽃주전자를 만들고 싶다
아픔 뒤에 오는
서럽고 글썽이고 기뻐지는 것
그만 핏빛으로 곱게 얼룽진
꽃주전자를 만들고 싶다.
가슴 저 아래서 천년을 고여오는
맑디 맑은 샘물의 그 헤아릴 수 없는
깊이와 부피
끝간 데 없이 짙푸른 멋을
담아보고 싶다
내가 죽는 날 하루 새벽만
조용히 누운 채, 천지간에 차고 넘치는
그 고요 속에서
이 이쁘디 이쁜 것을 마음껏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