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의 冠 - 허만하
한 마리 들소의
둔중한 발자국 소리가
서로 앞을 다투며
수백 수천 맹목의 땅울림이 되어
쓰러지듯
알몸의 물은
수없는 몸부림이 되면서
심연 속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끊임없이 무너지고 있던 것은
물의 부피가 아니라
한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의
물처럼 투명한 이름이었다.
내가 보았던 것은 그날
자욱한 흙먼지와
광대뼈가 튀어나온
역광의 한 얼굴과
그리고 깃털의 관(冠)
멸망의 깃발을 하늘 높이 쳐들며
조용히 쓰러지던
고독한 정신의 높은 수위였다
1979년 5월 13일
나는 새벽에 까마귀를 보고
낮에 사라진 세네카族의 터전에서
김밥을 먹고
나이가라 마을을 휩쓸던
미들레의 누런 불길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