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으로 물고기 잡으러 나섰다가 깨진 얼음장 속에 꽁공 얼어 있는 물고기를 보았다 물이 서서히 얼어오자 막다른 길목에서 물고기는 제 피와 살을 버리고 투명한 얼음 속에 화석처럼 박혔다 귀기울여도 심장 뛰는 기척이 없다 調息을 하는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랑하면 사랑에 목숨을 묻기도 하듯이 물 속에 살기 위해선 얼음이 되는 것 두려워 말아야 한다 이글루 짓고 들어앉은 에스키모처럼 은빛 지느러미 접고 아가미 닫고 사방 얼음벽 둘러친 無門의 집에서 물고기는 다시 올 봄을 아예 잊었다 얼음장이 그대로 고요한 대적광전이 되었다
주용일
1964년 충북 영동출생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문자들의 다비식은 따듯하다』,『꽃과 함께 식사』 등